“요즘 삶이 재미없고, 우울하고, 밥맛도 없어. 잠도 못자고 하루 종일 피곤해서 만사가 다 귀찮고 의욕이 없는데 안절부절 진정은 안 되고...... 이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무기력하니 그냥 죽고만 싶어”
요즘 주변에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복잡함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러한 우울증상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서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자신의 감정과 기분조차 억압하고 표현하지 못한 채 자신의 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요? 우울증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나에게 나타나는 징후들을 살펴보면서 건강할 때 예방하고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하게 개입하여 보다 건강한 나를 만들어 가는 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슬픔, 분노, 불쾌감, 두려움 등의 감정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느껴질 때를 기분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생활 가운데 어느 정도의 우울감이나 들뜬 마음은 누구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과 기분이 내 의지나 자극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지 못할 때 우울증의 신호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주요증상들은 ①슬프고 우울한 기분 ②통상적 활동에서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 ③식욕감퇴와 체중감소 또는 식욕증가와 체중증가 ④불면증 혹은 수면과다 ⑤정신운동 초조 혹은 지체 ⑥피로감 ⑦무가치감 혹은 부적절하고 과도한 죄책감 ⑧사고 및 집중 능력의 감퇴 혹은 결정곤란 ⑨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반복적 사고 이렇게 아홉 가지가 있는데 이 중 다섯 가지 이상을 만족하고 기간이 2주일, 즉 14일 이상이 되면 우리가 보통 말하는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은 여성이 10~25%, 남성이 5~10%의 발생빈도를 나타내는데, 이유는 여성의 신체 호르몬의 많은 변화와 생리, 출산 및 사회적 성차별, 정서적 특유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등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약을 복용한 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나타나는 증상, 즉 프로이드가 주장한 개인의 분노의 방향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할 때라든지 혹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 과도한 이상과 현실 상황의 괴리감에서 오는 긴장,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부적응, 절망과 상실 경험 등에서 오는 심리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심리적 원인을 규명하는 역동상담과 인지치료 및 대인관계 심리치료 등을 통해 치료가 가능합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치료호전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습니다.
심각하진 않지만 스스로 우울증상이 아닐까 자각이 되는 경우라면 보통 혼자 있거나 아무 일도 하기 싫은 상태에 자신을 방치하기 보다는 조금 더 의지적으로 힘을 내 보시기 바랍니다. 가족이나 알고지내는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심리적 지지를 받아 심리적, 육체적으로 더 침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경우라면 자신을 잘 따르는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도 혼자라는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 어두운 방 안에 웅크리고 있기 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하고, 스트레칭 등의 간단한 운동을 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종교 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형편이 된다면 무엇인가를 배우고 남을 도와줌으로써 자기효능감과 존중감을 향상시키는 것도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깊어지기 전에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치료 후 회복할 때는 깨끗하게 낫기도 하지만, 우울증의 특성상 한 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 중에 약 50~60% 정도는 두 번 이상의 재발이 있거나 발병초기에는 더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발병률은 결혼, 종교, 수입, 인종 등의 상태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경과되면서 점점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회복 특성을 알고 있으면 재발 시 덜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장시간의 이동을 할 때나 사냥을 할 때, 넓은 광야를 열심히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갑자기 말에서 내려서 한참을 가만히 서 있는 다고 합니다. 말을 타고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달려온 그 길을 바라보며 영혼을 기다려 주는 겁니다.
우리는 삶이 행복하게 영위되길 바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다가도 우울증과 같은 뜻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도 모르게 지쳐있는 자기를 돌봐주라는 몸과 영혼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내 안의 나, 자기(self)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존재 자체로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