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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상희의 명화로 읽는 심리 이야기]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등록일 2014-10-28 조회수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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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의 명화로 읽는 심리 이야기]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 부제 : 어울릴 줄 아는 능력 -
 
 
포사람 박상희 원장
 
 
# 그림설명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81
  필립스 미술관
 
 
 
요즘 대한민국의 폭력성 정도는 가히 A+++이다. 군에서 자행된 끔찍한 폭력으로 인한 윤일병 사망사건, 평범한 주부에 의한 일어난 사체유기와 아이 방임 등 끊임없이 일어나는 강력범죄에 대한 뉴스를 듣는 것도 참으로 괴롭지만, 중 · 고등학생들에 의해 일어난 김해 여고생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았을 때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마음에 주저앉아 울고 싶을 정도였다.
  좋다고 하는 좋은 것은 갖가지로 다 시켜 키웠건만 우리 아이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렇게도 힘들고 고통스럽기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은 것일까? 어떤 분노가 가득 찼기에 친구들의 생명까지 이렇게 잔인하게 빼앗을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마음속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분노, 두려움, 스트레스,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그것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뿜어져 나오게 되어 있다. 자기의 생명을 빼앗는 자살, 남의 생명에 위험을 가하는 폭력 등은 억압되고 눌러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폭발되는 것이다. 마치 압력 밥솥이 터지는 것처럼...
 
나는 우리 어른들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빼앗은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환경 안에서 좋아하는 이들과 자유롭고 편안하게 놀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행복이고, 배움이고, 성장이다. 어른들은 논다는 것을 가치 없고 사소한 일, 혹은 남는 시간에 남는 에너지로 하는 별 의미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것은 사소하거나, 가치 없거나,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이며,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이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다.
 
수많은 아동전문가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소아과 의사이면서 정신분석가였던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은 아이들은 ‘현실’과 ‘환상’의 중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경험인 놀이 경험을 통해 건강한 발달단계를 이루어낸다고 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아기곰, 담요 등의 놀이친구는 아이들에게는 생명 없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마음 안에서는 살아있기도 한 존재이다. 그녀는 이 대상을 ‘중간대상’이라고 불렀는데, 아이들은 이 중간대상들과 놀이를 하며 순수한 상상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또 다른 아동심리치료사인 멜라인 클라인(Melanie Klein)은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는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작업이며, 외부 세계를 탐험하고 정복하는 수단이고, 불안을 탐구하고 정복하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발달단계 이론으로 유명한 에릭 에릭슨(Erik Erikson) 역시 아동들은 놀이를 통해 ‘가상적 상황’을 창조함으로써 그 가운데에서 다양한 경험을 다루고, 현실을 숙련하여, 다음 발달단계로 전진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여러 아동전문가들이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 중에서도 나는 놀이의 중요성을 ‘사회성’의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다. 놀이와 사회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인간의 사회성은 놀이 경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타인과의 관계성을 형성해 나가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들을 습득하게 된다. 아무리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라도 사회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것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스펙은 중요하다지만 스펙만 좋은 이들을 뽑았다가 후회한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학력/경력만 좋은 사람을 선택하기보다는 사회성이 좋고 여러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리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마음 편히 놀아보지 못한 아이가 원만하고 밝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클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오늘 선택한 그림은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이다. 인상주의 화가 중 대표적인 화가인 르누아르를 생각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이다. 롤프 요한젠(Rolf Johannsen)이 그의 책에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잘 조화된 이상적인 사회를 묘사한다”고 쓴 것을 보았는데 르누아르 그림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던 기억이 있다.
1880년 여름, 르누아르는 1876년에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에 이어 대작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을 착수했다. 현실에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는 것을 선호하던 인상주의 사조 화가답게 그는 뱃놀이와 식사 시간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은 센 강변의 샤투 지역에 있는 알퐁스 푸르네즈의 식당에서 르누아르 자신과 그의 실제 친구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뱃놀이를 하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림의 전경 왼쪽에서 작은 개를 어르고 있는 모자를 쓴 젊은 여인은 알린느 샤리고(Aline Charigot)로 후일 그의 아내가 된 여인이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와 여자는 화가 카이유보트(Gustave Caillebott)와 여배우 엘렌 앙드레(Ellen Andrée)이다. 그들 뒤로 서있는 사람은 이탈리아인 저널리스트 안토니오 마지올로(Antonio Maggiolo)이며, 알린느 뒤에 난간에 기대 서있는 남자는 레스토랑의 주인의 아들 푸르네즈(Alphonse Fournaise Jr이다. 그 뒤에 등을 보이고 앉은 남자는 장교 출신의 보헤미안으로 모파상의 친구인 바르비에(Baron Raoul Barbier) 남작이고, 남작 뒤에 모자를 쓰고 무엇을 마시고 있는 여성은 르누아르의 모델이었던 앙젤르(Angéle)이다.
 
요즘은 친구들이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놀고 있는 어쩌면 평범한 이 그림이 자주 생각이 났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니 답은 의외로 쉽게 떠오른다. 나 역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고, 그립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당연하고 소박한 여유와 평화조차 갖기 어려운 정신 없고, 메마르고, 폭력적인 삶만이 전개되는 우리의 현실이 더없이 안타깝기 때문인 듯하다.
 
당연한 일상의 평화를 갖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어른인 나조차 너무나 자주 휘청거리는데,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아이들이 느끼는 삶은 얼마나 더 무거울까’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 아이들로부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쁨과 평화로움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에 생각하게 되는 하루이다.
 
 

⊙ 출처 : 사단법인 포사람(for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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